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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은 지난 2021년 11월 공모가 4만2000원으로 코스닥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합니다. 기업공개의 첫번째 이유는 아마도 지속적인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상장사라는 타이틀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엔켐은 시설자금 등 사업 확장의 밑천을 대부분 은행 등의 차입금이나 전환사채 등 부채로 조달해 왔고, 상장 직전인 2021년 6월 현금성자산이 33억원(별도 기준)에 불과했습니다.
차입금은 이미 과도하게 많았고 미국과 헝가리법인의 설비투자, 중국2공장 투자 등 대규모 투자가 진행중이었습니다. 대규모 자금 조달 그것도 차입금이 아닌 자본확충이 꼭 필요했죠. 상장에 실패했으면 투자는 장기간 지연될 처지였습니다. 실제로 엔켐은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구주매출이 전혀 없이 신주발행만 했고, 상장자금 950억원을 채무상환이 아니라 시설자금 등에 대부분 사용할 예정이었습니다.
엔켐의 자금조달과 성장가도가 평탄한 고속도로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장을 추진하던 중에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오정강씨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2대 주주인 천보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합니다. 천보는 엔켐이 창업했던 2012년부터 늘 함께 해 온 사업 파트너였습니다. 아니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라 동지적 관계에 가까웠습니다.
오정강 대표는 구 제일모직에서 2차전지용 전해액을 개발한 연구원 출신이고, 천보의 설립자인이상률 대표는 구 동양화학공업(현 OCI) 연구원 출신입니다. 이상률 대표는 1997년 천보정밀, 2007년에 천보를 설립했고, 2012년 오정강 대표의 창업에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또 엔켐의 설립과 함께 천보는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사업을 시작하죠. 엔켐의 창업은 이상률씨의 자금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엔켐의 창업을 계기로 천보가 전해액 소재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천보의 전해액 소재는 엔켐에 공급됐고, 전기차 시장의 팽창과 2차전지 수요의 급증으로 엔켐과 천보의 동반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천보는 엔케보다 앞선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주식을 상장합니다.
그런데 엔켐의 상장을 추진하던 2020년 천보가 오정강 대표의 횡령 의혹을 제기합니다. 전해액 원료를 구입하면서 리베이트를 챙겨온 것으로 의심된다며 거래내역 공개와 오정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합니다. 오 대표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추가 지분 매입으로 엔켐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죠. 반면 엔켐은 천보가 엔켐의 경영권을 갖기 위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기업공개를 방해하고 있다고 반박했죠. 결국 2020년 엔켐의 상장은 무산됩니다.
기사원문보기 : https://www.drcr.co.kr/articles/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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